일찍 자야 키 큰다.”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. 성인이 된 뒤에도 일찍 자는 게 건강에 좋다는 믿음은 여전하다. 그렇다면 정말 일찍 자야 건강에 좋을까. 심장 건강에 관한 연구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. 밤 10시 전에 잠든 사람보다 밤 10시부터 10시 59분 사이에 잠든 사람에게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.
영국 엑서터대 연구진이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8만8026명의 수면 시각과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, 밤 10시부터 10시 59분 사이에 잠든 집단을 기준으로 밤 10시 이전에 잠든 집단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24% 높았다. 일찍 자면 더 좋을 것 같지만 적어도 이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.
그렇다고 늦게 잘수록 유리하다는 뜻도 아니다. 밤 11시~11시 59분에 잠든 집단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기준 집단보다 12%, 자정 이후 잠든 집단은 25% 높았다. 수면 시간과 규칙성 등 다른 요인을 고려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.
연구진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달라지는 배경으로 우리 몸의 생체시계에 주목했다. 우리 몸은 약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에 따라 수면과 각성 등 신체 기능을 조절한다. 아침에 햇빛을 쬐면 생체시계가 낮이라는 신호를 받아들이고, 밤이 되면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난다. 취침 시각이 생체리듬과 어긋나면 이런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다.결국 중요한 것은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이 아니라 충분히 자고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다.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은 하루 7~9시간이다. 무조건 일찍 자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보다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들고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단 조언이다. 연구팀은 “이번 연구에서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취침 시각은 다른 위험 요인이나 수면 특성과 별개로 심혈관질환의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”고 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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